AI 재교육, 강좌 다음에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AI를 배워야 한다는 말은 익숙해졌다. 그러나 일하는 성인에게 교육의 가치는 수료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배운 내용을 지금 하는 일에 쓸 수 있는지, 새로운 일을 구할 때 도움이 되는지, 교육에 참여하는 동안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함께 중요하다.
산업통상부는 9월 22일 ‘AI와 기업의 미래 연구회’를 발족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연구회는 산업의 AI 전환과 인재 교육·양성,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등을 논의한다. 약 두 달간 논의한 뒤 노사와 전문가의 의견을 더 수렴해 정책 제언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재교육 지원제도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재교육만으로 전환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미국 브루킹스가 9월 15일 공개한 ‘AI 시대의 노동정책’은 재교육과 고용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기존 직업훈련이 실직자의 업종·직업 전환에서 일관되게 강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교육 투자를 중단하자는 뜻은 아니다.
보고서가 강조하는 것은 지원의 대상과 방식이다. 실제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지원하고, 새로운 일자리로 진입할 기회를 넓히되, 고용주가 교육 설계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직무에 맞춘 실습과 도제식 훈련, 구직 지원, 소득 감소를 완충할 임금보험 등을 함께 다룬다. 미국 노동시장에 관한 정책 제안이며 한국에서 시행되는 제도는 아니다.
두 자료를 함께 읽으면 국내 재교육 논의에서도 확인할 질문이 생긴다. 어떤 프로그램을 몇 명에게 제공할 것인지에 더해, 교육 이후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
성인의 시간도 교육 비용이다
수강료가 무료여도 교육 참여에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근무 시간을 조정하거나 가게를 비워야 하고, 돌봄을 대신 맡길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성인 교육을 설계할 때는 이런 시간의 부담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지역에서 재교육 과정을 만든다면 모집 공고 단계부터 수업 시간, 과제와 실습의 양, 필요한 장비를 분명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사람만 모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우고 싶지만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의 조건을 살피자는 것이다.
직무 실습 역시 특정 도구의 기능을 따라 해보는 데서 끝나서는 아쉽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 과정이라면 자기 사업의 고객 안내문을 만들고 사실과 표현을 검토하는 과제가 가능하다. 교육 강사 과정이라면 학습자의 수준에 맞춰 자료를 수정하고, AI가 잘못 제시한 내용을 찾아내는 실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Re:frame News가 제안하는 수업 설계의 예다.
수료 이후를 확인하는 정책으로
재교육의 성과를 살피려면 수료 인원과 함께 교육 이후의 변화도 봐야 한다. 배운 내용을 실제 업무에서 사용하는지, 구직이나 직무 전환에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중간에 그만둔 학습자는 무엇 때문에 참여를 이어가지 못했는지가 평가에 포함될 수 있다.
학교 밖 강사가 이런 과정을 맡는다면 강사의 준비 여건도 중요하다. 현장의 업무를 이해할 시간, 실습 자료를 개발할 지원, 수업 이후 질문에 응대하는 역할과 보수가 함께 설계돼야 교육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AI 재교육은 성인에게 새로운 기술을 익히라고 요구하는 일인 동시에, 그 배움이 쓰일 자리를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 나올 정책 제언에서는 교육 공급 규모뿐 아니라 일과 학습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고·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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